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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6 후드득 빗소리에… 내 마음은 평화
여행2009. 3. 6. 01:37

너무 좋은 나머지... 
문화일보 페이지에서 옮깁니다.

가보고 싶다...

같이 갈 사람 손 !!! ^^



후드득 빗소리에… 내 마음은 평화
 
비오는 날 더 운치 있는 구례 쌍산재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 전남 구례의 아담하고 정갈한 한옥 쌍산재. 이 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은 한때 서당이었던 ‘서당채’다. 넓은 툇마루에서는 목침을 베고 낮잠을 자도 좋고, 풀벌레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책을 읽어도 좋다.

한옥의 반들반들한 툇마루에 앉아 마당의 호박잎에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보내는 하루 동안의 휴식. 창호문을 닫고 이불을 덮고 누워 마당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기울여도 좋고, 포슬포슬한 감자 몇개 삶아놓고는 목침을 베고 편안하게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맛도 감미롭습니다.

이제 곧 장마철입니다. 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으로 드는 초입이랍니다. 올 장마는 유난히 일찍 시작해서, 또 늦게 끝난다는군요. 회색의 도회지에서 만나는 장마란 눅눅한 습기와 후텁지근한 더위로 기억됩니다. 도시에 내리는 비는 우울하게 하고, 때로는 울컥 짜증까지 치밀게 하지요. 하지만 청정한 자연에 내리는 비는 전혀 다릅니다.

장마를 앞두고, 비오는 날을 골라 미리 지리산 아랫마을인 전남 구례로 떠나봤습니다. ‘장마철의 여행’이라….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요. 비오는 날 길을 나서는 게 귀찮고 짜증날 것 같지만,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운치있는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비오는 날, 구례는 그야말로 근심걱정 다 내려놓은 신선의 마을과도 같았습니다. 구례는 지리산 능선을 타고 내려온 안개로 뒤덮였고, 이웃 경남 하동에는 섬진강을 따라 진초록 매화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열려 촉촉하게 젖어 있습니다. 흙내가 풍기는 길이며, 모내기가 끝난 논에 찰랑이는 물, 함빡 젖어가는 한옥의 기와까지. 비오는 구례에서는 마음을 끌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지리산 자락의 운치있는 한옥 쌍산재에 들렀습니다. 200년 된 한옥이라는데, 구석구석 비밀과도 같은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곳입니다. 집안의 돌계단길을 따라 올라 하나씩 문을 열어젖힐 때마다 예상치 못했던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는 곳이지요. 쌍산재 깊숙이 서있는 서당채의 우물 정(井)자 대청마루에서는 집 주인 오경영(43)씨가 책장을 뒤적이고 있었습니다.

이튿날 이른 아침에는 지리산 자락의 품에 들어앉은 화엄사에 올랐습니다. 밤새 내린 비 때문인지 화엄사 옆으로 난 계곡에는 물소리가 으르렁거립니다. 절집에 들어서자 ‘쏴’하고 빗줄기가 쏟아지는데, 각황전 뒤편 처마 아래 쪼그리고 앉아 떨어지는 낙수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어디선가 소쩍새 한마리가 구슬프게 웁니다. 아마도 지난 밤 처량한 울음소리로 잠자리를 어지럽히던 그놈이지 싶습니다. 빗줄기가 주위의 소리를 빨아들이는지 사위는 조용한데, 소쩍새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집니다.

구례에는 이것 말고도 더 많은 것들이 있답니다. 불쑥 솟은 오산 꼭대기의 절벽에 절묘하게 들어앉은 암자 사성암이 있고,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 대갓집인 운조루에서 ‘다른 사람들도 능히 열 수 있다(他人能解·타인능해)’는 글자가 선명한 나무 쌀통을 기웃거려도 좋지요. 마침 운조루 앞 연못에는 연꽃들이 빨갛고 희고, 또 노란 꽃을 피워올렸답니다.

구례·하동 = 글·사진 박경일기자 parking@ 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6-13
Posted by woojja